1. 산에서 떨어진 남자, 동요 없는 아내 서래
경찰인 해준은 사건 하나를 맡게 됩니다. 산에서 떨어진 남자 기도수의 변사 사건이었습니다. 기도수의 추락사를 조사하던 중 만난 그의 아내 중국인 서래는 남편의 죽음에도 큰 동요가 없었습니다. '남편이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는 모호한 답변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중국 사람인 서래는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왜 인지 모르게 의미가 모호한 말들을 하며 의심스러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해준은 그녀를 용의자 선상에 놓고 탐문하기 시작합니다. 서래는 중국에서 간호학을 공부하여 한국에서는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해준은 그녀를 수사하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게 됩니다. 서래는 간병과 집을 오가며 별 문제없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해준이 본 서래는 바르고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재빠르게 그녀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시키게 됩니다. 아마 그때부터 이미 해준은 서래에게 빠져들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서래는 아름다운 외모와 어눌한 한국말을 사용했지만 거침없이 해준에게 다가왔습니다. 용의자 선상에서 멀어진 이후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됩니다. 해준은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서래를 통해 깊은 잠에도 들게 되었고 서로에게 음식도 만들 주고 데이트도 하며 겉으로 보기엔 연인과 다름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2. 상반된 캐릭터가 보여주는 극대화된 메세지
해준은 평소 올바르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안구건조증이 있으며 잠을 못 자 잠복근무를 하는 정도의 불면증 앓고 있습니다. 또한 집안일도 잘하는 남편이지요. 해준의 아내는 이과 출신으로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다고 생각하며 부부관계도 노화를 막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여자입니다. 그에 반해 서래는 친절하기도 하고 즉흥적이고 대담하며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고 있음에도 해준에게 서슴도 없이 다가가는 인물입니다. 이런 듯 해준 옆의 두 여자의 성향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해준이 서래에게 왜 스며들게 되는지 어느 정도 납득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초반에 나왔던 산과 중반 이후 나오는 바다의 대비도 영화의 장면을 좀 더 풍성하고 대비되도록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대비되는 배역들과 배경을 통해서 영화의 흐름에 따져 들게 만들면서 불륜이라는 거부감 있는 소재를 표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결국 서래는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고 해준은 내심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래가 간병하던 할머니를 통해 해준은 서래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이미 서래에게 마음이 있던 해준은 그 사실을 묵인하기로 마음먹고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됩니다.
서래는 해준의 걱정 어린 말들을 고백으로 생각하고 그제야 자신도 해준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일부러 해준이 전근 간 이포로 찾아가게 됩니다. 새로 결혼한 남편과 함께 해준과 만난 서래는 또 한 번 남편의 죽음을 통해 해준과 가까워지려 하지만 해준은 이미 헤어질 결심을 한 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래는 해준에게 잊히지 않은 사건이 되길 바라면서 해준에게서 사라질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쓸쓸한 바닷속에서 서래는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해준은 이때 서래로부터 자신이 사랑고백을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는데 저도 해준처럼 언제 사랑고백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해준이 서래를 걱정하고 지키려는 마음의 말들이 서래에게는 사랑으로 느껴졌다는 것을 영화가 끝날 때쯤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서래가 본능대로 저질러왔던 여러 살인들의 근거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서래만의 방법으로 해준의 마음에 남으려 하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겉으로 보면 불륜영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2시간가량 해준과 함께 여러 사건을 지내다 보면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순간과 마음을 나누는 감정들을 잘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부분이 다를 수도 있는 장면들이 많아서 해석을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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